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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된 관심사는 존재 양식이 변화하는 순간이다. 있음에서 없음으로,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사용할 수 있는 물체에서 사용할 수 없는 물체로, 안에서 밖으로, 즉 사이의 것에 대한 탐구이다. 물체는 공간에서 고체, 액체 혹은 어떤 상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나의 감정과 의식을 통해 존재 방식은 고체에서 액체로 혹은 어떤 상태로 변이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사물의 해체를 통해 경계선상의 존재를 표현하고 있다.
<사용할 수 없는 물체>는 무기력감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이 밀려올 때 다가온 사물들의 모습이다. 심리적 무기력감을 사물 경계의 해체와 사라짐의 공간으로 표상하였다. 쓰임새가 있게 제작된 사물은 무기력감의 전이로 사용할 수 없는 사물이 되어간다.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고, 편안한 소파는 더 이상 안락한 쉼을 주지 않는다. 이런 내면의 전이로 소파는 실이 되어 풀어지고, 쿠션은 점이 되어 분해되고 시간은 타들어 가며 사물은 거품이 되어 녹아내리고 사라져간다. 나는 행위 하는 존재에서 행위 하지 않는 존재, 그리고 사라져가는 존재가 된다. 사물 또한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 사라져간다.
<소진>은 고유의 가진 에너지를 다 쓰고 사라지고 있는 존재를 표상한 것이다. 존재는 의자에 누워 쉬고 있으나 격렬하게 다 타버려 재가 되어 사라지고 있고, 그가 앉아 있는 의자 또한 형체가 풀려 사라지고 있다. 에너지를 다 쓰고 있음에서 없음으로 사라져간다.
<사라지는 것들의 순간>은 살아가고 지속하고 사라져가는 존재를 이야기한다. 모든 것들은 태어나거나 생성된다. 그리고 존재는 변화하고 사라져가는 순간 속에 있다. 매년 같은 장소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촬영으로 기록하고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계획하고 있는 작업으로 80호 작업을 한 점씩 그려 연결하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사람의 움직임은 재가 되어 흩어지고 풀려간다. 긴 시간 속에서 봤을 때 사라져가고 있는 순간 속에 있는 존재들을 점과 선으로 환원하고 있다.
<나무의 초상>
하루하루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삶에서 길 가다 우연히 마주한 나무들의 모습에서 시간 속에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가고 변하는 존재의 모습을 본다. 겹겹이 움직이며 채워나가는 가지의 생명과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을 담은 주름진 얼굴은 닮아 보였다. 생명으로 가득 채운 무성한 나뭇잎에서 곧 사라져 갈 생명의 허상을 느낀다. 가득 채워지는 것에서 비워지는 생명을, 비워진 것에서 움직임으로 가득 찬 살아온 흔적을 본다.
길에서 만난 나무들의 실루엣, 사람들의 움직임에 긴 시간 수만 번의 거품. 선, 점으로 생명과 움직임의 흔적을 기록한다. 작가의 긴 시간 반복된 움직임으로 작품 또한 채워지고, 사라져 가는 존재의 시간은 완성되어 간다.
채워지고 비워지고 변화하고 사라져 가는 자연에서 시간을 살아낸 모든 존재의 시간은 찬란하다.
나의 작업은 작은 세필로 캔버스를 채우는 것으로 이루어지는데, 수만 번의 점으로 경계는 해제되고 사라짐으로 채워진다. 작품 과정을 사진으로 찍고, 시간이 갈수록 경계가 해체되고 사라지는 변화의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사물은 변화하고 사라져간다. 시시각각 변하고 사라지는 순간 속에 있는 나를 자각하게 된다. 우리 또한 사라져가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